제목 : 클루지 (kluge) - 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
저자 : 개리 마커스 (Gary Marcus)
드디어 우리의 머릿속에서 이성을 훔쳐가는 상습범의 정체가 밝혀졌다. 서툴게 설계된 뇌가 초래하는 인지적 악몽을 감상하는 재미가 특별하다. _ 가디언
네이버 영어 사전적 의미로 클루저는 ‘(컴퓨터 시스템이) 뒤엉킨, 설계가 나쁜.’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책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에 의하여 설계되고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지만, 기본적인 설계 이후에 기능을 지속 보강해 가는 형태로의 개선으로 인하여 결과론적으로 이것저것 뒤엉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인간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진화하였다고 설명한다.
진화에 있어서의 핵심 기제인 자연선택은 진화과정 중에 나타나는 돌연변이 만큼 좋은 것이라고 한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한 문구는 ‘제안하는 것은 우연이고 처분하는 것은 자연이다.’인데, 이를 달리 해석하면, 나타나지도 않은 변이는 당연히 선택될 수도 없는 것이며, 이는 제대로 갖춰진 유전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진화는 기존에 있는 것들 가운데 차선의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생각해 보면 살아남은 것이 최선이 아닐수 있다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것의 존재는 결국 최선의 돌연변이의 탄생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어쩌면 일부 결함이 내포된 차선의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로는 직립보행의 특성이 미처 반영되지 못해 디스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척추, 거꾸로 사물이 맺히는 망막, 사용되지 않는 꼬리뼈들을 들 수 있겠다.
이는 또한 ‘진화의 관성(evolutionary inertia, 특정 시점에서 진화의 가능성이 그 이전까지 진화해온 종의 상태에 제약을 받는 사정을 가리킴, 즉 지금까지 진화해 온 것들을 바탕으로 당장 그런대로 쓸만한 해결책이 발견되면 그것이 선택되는 방식)이라는 개념으로 명명되어지는데, 인간의 진화는 처음부터 마음과 행동들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하여 설계되어있지 않았으며, 이를 이루기 위한 진화의 과정도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덕지덕지 땜질하는 방식으로 진화된 존재라는 것으로, 즉, 우리의 뇌 구조는 당장의 생존을 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된 비합리적인 컴퓨터와 같다는 것이다.
결국 진화는 궁극적으로 완벽의 문제가 아니라, ‘적당히 만족하기’라는 것, 적당히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의 문제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진화의 결과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는 여러 오류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클루지스러움’이라 이야기한다.
인간의 마음은 선조들의 아주 오래된 환경 속에서 진화해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여러 '반사 체계' 들과 비교적 최근에 진화해서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숙고 체계' 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체계는 우리가 위급하다고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반사체계’가 우선권을 쥐게 되기 때문에 종종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반응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 의미이다.
유전적인 관점으로 보았을때에도 인간의 유전체와 침팬지의 유전체는 98.5% 퍼센트가 동일하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의 유전물질의 대부분이 침팬지와 같이 언어도, 문화도, 사려싶은 생각도 없는 생물의 단계에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진화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하다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이 들 즈음, 지은이는 우리의 미흡함을 이해하고 마음의 한계와 생각의 함정을 포착한다면 보다 현명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때때로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멍청하기도 하며, 우상숭배에 빠지기도, 약물에 중독되기도, 헛소리에 넘어가기도 하는 이유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책에서 저자는 인간 마음의 인지적 구성에 존재하는 여러 결함들을 논하고 있다.
확증 편향, 정신적 오염, 닻 내림, 틀 짜기, 부적절한 자기 통제, 반추의 순환, 초점 맞추기 착각, 동기에 의한 추론, 잘못된 기억, 제한된 정신능력, 애매한 언어 체계, 정신 장애에 대한 취약성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 들은 지은이는 진화의 유물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러한 오류는 우리가 오랜 기간 생존을 위해 존재하면서 생긴 많은, 오래된 유물들이 유전자에 남아 있어서 현시점 기준으로는 현명하지 않은 행동과 생각들이 반사적으로 떠오른 것이며, 이것들이 클루지스러운 본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즉, 우리의 클루지스러운 본성에 대한 이해는 거의 모든 것들이 조상 전래의 반사 체계를 거쳐야 하는 반면에, 나중에 진화해 반사 체계에 접목된 숙고 체계는 뇌의 결정에 제한적인 영향력만 행사하며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이야기한 인간의 여러 결함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들에 대한 이해는 보다 나은 삶의 기반이 될 수 있으며, 해결 방법론으로 저자는 13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3.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8.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10.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13.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다
인간이라는 종은 특별히 훈련을 받지 않으면 선천적으로 속기 쉬운 존재이다. 현재는 ‘폭로된 진실’의 세계이며, 그곳에서의 아이를 비롯한 우리들은 절대적 진리로 제시되는 것들은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의 뇌와 마음의 내적 작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에 이러한 현상을 제어하기에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는 앞서 이야기한 여러 결함들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증거를 바탕으로 좀 더 균현 잡힌 방식의 고려와, 추론 편향에 대하여 좀 더 민감하도록 개선하여서 우리의 장기 목표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계획하고 선택하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이해하고 그것과 정면으로 대결하여야 우리의 보다 밝은 미래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이 다소 어렵긴 했지만,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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